권순우의 애들레이드 우승, 두 번의 재대결에서 바뀐 것
본선 자리는 행운으로 돌아왔지만 첫 상대는 자신을 예선에서 꺾은 선수였다. 두 번의 재대결과 흔들린 결승, 곧바로 이어진 패배가 권순우의 두 번째 우승을 더 깊게 보여 준다.

2023년 1월 권순우는 애들레이드에서 자신을 이긴 두 선수를 다시 만나 모두 이겼다. 토마시 마하치에게는 같은 대회 예선 패배를 본선 승리로 돌려줬고, 잭 드레이퍼에게는 전주에 세 게임밖에 따지 못한 패배 뒤 준결승에서 승리했다. 러키루저라는 행운이 문을 열었다면, 우승까지 가는 길에서는 이미 자신을 꺾은 상대를 새로 풀어야 했다.
권순우의 두 번째 ATP 단식 우승을 돌아볼 때 이 두 재대결은 좋은 출발점이다. 결과가 뒤집힌 경기와 무엇을 바꾸려 했는지 선수의 설명이 남은 경기를 나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레이퍼를 이긴 공격성이 결승에서도 줄곧 우세를 보장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실수를 줄인 세트, 자신의 서브를 내준 뒤의 대응, 곧이어 나온 호주오픈 패배까지 붙이면 한 주의 돌파가 훨씬 입체적으로 보인다.
마하치에게 진 뒤, 같은 대진에 다른 입장으로 들어갔다
애들레이드 2차 대회 예선표에서 권순우의 이름은 일곱 번째 시드에 있다. 바섹 포스피실을 이겼지만 마지막 예선에서 마하치에게 5-7, 6-3, 3-6으로 졌다. 본선에 오른 것은 그 경기의 승리자가 된 뒤가 아니라 결원이 생긴 뒤였다. 본선표에는 마하치 옆에 예선 통과자를 뜻하는 Q, 권순우 옆에는 러키루저를 뜻하는 LL이 붙었다. 두 선수는 다시 1회전 상대가 됐다.
이번에는 권순우가 6-4, 6-4로 이겼다. 예선에서의 우열이 짧은 시간 뒤 본선에서도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같은 상대와 다시 겨루는 일에는 익숙함과 부담이 함께 있다. 직전 경기에서 상대의 공을 경험했지만, 졌다는 기억 역시 가깝다. 권순우는 본선 첫 경기부터 그 기억을 안고 경기해야 했고, 두 세트 만에 다음 라운드로 갔다.
이때 러키루저는 경기력의 평가가 아니라 입장 경로다. 예선에서 패한 선수가 빈자리를 얻었다는 사실과 본선에서 누구를 어떻게 이겼는지는 별도로 읽어야 한다. 대진표의 LL 표시만으로 우승 전체를 설명하면 첫 승부터 빠진다. 권순우가 처음 넘은 상대는 우연히 낯선 선수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탈락시켰던 마하치였다. 기회가 한 번 더 생긴 뒤에도 점수는 새로 따야 했다.

권순우가 귀국 후 연합뉴스에 설명한 마음의 흐름도 한결같은 무욕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러키루저로 들어가 부담이 적었지만 라운드를 통과할수록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본선 첫날의 가벼움이 결승까지 그대로 유지된 이야기가 아니다. 기회를 얻은 선수는 이길수록 지켜야 할 기회도 커지는 상황을 맞았다. 결승에 이르렀을 때는 그 기대까지 안고 경기했다.
두 재대결 사이에도 중요한 승리가 있었다.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에게는 첫 세트를 잃은 뒤 3-6, 6-4, 6-4로 이겼고, 미카엘 이메르에게는 6-1, 6-2로 이겼다. 같은 주에 역전이 필요한 경기와 두 세트 안에 끝낸 경기가 함께 있었다. 모든 라운드가 하나의 극적인 위기였던 것은 아니다. 권순우는 다른 상대와 다른 점수 흐름을 거쳐 드레이퍼를 다시 만날 자격을 얻었다.
본선 다섯 승 가운데 마하치전과 이메르전은 두 세트, 카레뇨 부스타전과 준결승·결승은 세 세트였다. 이 구분은 우승 경로를 보는 데 도움이 된다. 역전한 경기만 골라 보면 매번 벼랑 끝에서 살아난 주간처럼 보이지만, 두 세트 승리도 다음 날 다시 겨룰 수 있게 만든 중요한 일부였다. 길어진 경기를 견디는 능력과 끝낼 수 있을 때 끝내는 능력이 함께 들어 있었다.

드레이퍼전에는 바꾸려 했던 것이 말로 남았다
드레이퍼와의 첫 대결은 애들레이드 1차 대회 본선 1회전이었다. 권순우는 2-6, 1-6으로 졌다. 다음 주 2차 대회 준결승에서는 같은 코트에서 7-6(6), 6-7(2), 6-3으로 이겼다. 앞선 경기에서 세 게임에 그쳤던 선수가 이번에는 두 차례 타이브레이크를 치르고 결정세트까지 경쟁했다. 단순히 마지막 포인트의 주인만 달라진 재대결이 아니었다.
대회 공식 보도에 따르면 권순우는 첫 대결에서 배운 것이 많았고, 재대결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주의 드레이퍼가 잘했다는 인정도 먼저 나왔다. 상대가 갑자기 약해졌다는 설명 대신 자신이 시도한 방향을 말했다. 이 발언 덕분에 드레이퍼전은 스코어 역전 이상의 이야기를 갖는다. 패배를 겪고도 같은 방식이 저절로 나아지기를 기다리기보다,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를 바꿔 들어갔다.
공격적으로 한다는 말은 모든 공을 강하게 마무리한다는 주문보다 넓다. 상대가 원하는 랠리를 계속하게 두지 않고 자신에게도 먼저 결정할 기회를 만드는 문제다. 테니스에서는 같은 속도로 친 공도 타점과 코트 위치에 따라 상대에게 주는 시간이 달라진다. 재대결을 볼 때 유용한 것은 위너의 개수만이 아니라 공격을 시작할 수 있는 공을 얼마나 자주 얻는지다. 무리한 마무리와 준비된 공격은 모두 강한 타구처럼 보여도 다음 포인트에 남기는 부담이 다르다.
공격적인 방향은 전주 패배 뒤에만 갑자기 생긴 목표도 아니었다. 권순우는 귀국 인터뷰에서 이미 동계 훈련 때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준비하던 방향을 재대결에서 다시 시도해 성과를 얻은 것이다. 한 경기의 패배를 분석하는 일과 시즌 전에 정한 방향을 실전에 옮기는 일이 여기서 만난다. 경기 사이의 조정은 모든 것을 새로 만드는 일일 수도 있지만, 이미 연습한 것을 더 분명하게 꺼내는 일일 수도 있다.
그날의 승부는 한 번의 공격 성공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권순우는 첫 타이브레이크를 따냈지만 두 번째는 내줬다. 3세트 초반 상대 서브를 빼앗은 뒤에는 리드를 지켰다. 먼저 가져온 세트가 사라진 경기에서 다시 앞설 기회를 만들고, 그 우세를 마지막까지 유지했다. 전주의 패배를 뒤집는 데에는 더 적극적인 출발과 함께 두 번째 세트를 잃은 뒤에도 경쟁을 이어 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 상대 | 앞선 결과·권순우 기준 | 재대결 결과 | 달라진 점을 읽는 근거 |
|---|---|---|---|
| 토마시 마하치 | 2차 대회 예선 5-7, 6-3, 3-6 패 | 2차 대회 본선 6-4, 6-4 승 | 본선 기회를 얻은 뒤 같은 상대에게 거둔 승리 |
| 잭 드레이퍼 | 1차 대회 본선 2-6, 1-6 패 | 2차 대회 준결승 7-6(6), 6-7(2), 6-3 승 | 권순우가 직접 설명한 더 적극적인 공격 의도 |
두 줄의 결과에는 서로 다른 깊이의 답이 있다. 마하치전에서 확인되는 것은 입장 경로와 승패의 변화다. 드레이퍼전에는 그 변화에 대한 권순우의 설명이 더해진다. 이 차이를 남겨 두면 우승을 만든 모든 경기를 똑같은 기술 처방으로 묶지 않게 된다. 같은 선수도 어느 상대에게는 리턴의 시작이, 다른 상대에게는 랠리의 속도나 공격 시점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주의 성과 안에서도 질문은 상대에 따라 바뀐다.
결승에서는 잘되던 공격 다음에 다시 풀어야 할 세트가 왔다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과의 결승 초반에는 권순우의 서브가 단단했다. 첫 세 차례 서비스 게임에서 한 포인트도 내주지 않았다. 첫 세트를 6-4로 가져갈 때 위너 15개와 에이스 7개를 기록했다. 자신의 서브 게임을 안정적으로 지키면 리턴 게임에서 실패한 시도 하나가 곧바로 쫓기는 점수로 돌아오지 않는다. 공격하는 선수에게도 자기 서비스 게임의 안정은 중요한 여유가 된다.
2세트에는 상대가 답을 바꿨다. 대회 보도에서 바우티스타 아굿의 언포스드 에러는 이 세트 단 하나였다. 첫 서브가 들어간 포인트에서도 두 번만 졌다. 권순우에게 여전히 위너가 나왔지만 세트는 3-6으로 넘어갔다. 상대가 먼저 내주는 포인트가 줄고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잘 지키면, 앞선 세트의 공격력만으로는 같은 점수 차를 만들기 어렵다. 공격을 이어 가는 일과 게임을 따내는 일 사이에 상대의 대응이 들어왔다.
그래서 결승의 가운데 세트는 우승 이야기에서 빼기 아깝다. 앞선 준결승의 공격적 선택이 효과를 봤고 결승 첫 세트도 좋았지만, 바우티스타 아굿은 경기 안에서 우열을 바꿨다. 권순우가 잘 치던 공이 계속 나오는지뿐 아니라 그 공을 상대가 어떻게 받아내고 자기 서브를 얼마나 쉽게 지키는지가 승부에 관여했다. 우승까지는 자신이 하던 것을 유지하는 힘과 상대가 바뀐 뒤 다시 경쟁하는 힘이 모두 필요했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두 선수가 모두 두 차례씩 서비스 게임을 잃었다. 권순우는 한 번의 브레이크를 뒤진 상황을 두 번 만났고 그때마다 따라붙었다. 두 번 연속 서브를 내줘 한꺼번에 크게 뒤졌다가 복구한 경기가 아니라, 서로 앞섰다 따라잡히는 국면이 반복된 세트였다. 서브를 편하게 지켰던 첫 세트와는 다른 일을 해내야 했다. 리드를 만드는 능력에 더해, 상대의 리드를 오래 굳히지 않는 대응이 필요해졌다.
마지막 타이브레이크에서 권순우는 자신의 점수로 3-4에 뒤졌다가 네 포인트를 연속으로 가져왔다. 최종 스코어는 6-4, 3-6, 7-6(4). 드레이퍼전에서는 결정세트 초반 얻은 브레이크를 지켰다면, 결승에서는 뒤진 서브 게임의 균형을 되찾고 마지막 짧은 구간을 가져왔다. 두 경기 모두 3세트 승리여도 이기는 과정은 달랐다. 한 번 통했던 점수 운영을 다음 날 그대로 반복해 트로피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ATP의 결승 기록에서 권순우의 위너는 42개, 바우티스타 아굿은 23개였다. 공격의 비중이 컸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이 숫자는 세 세트의 결과를 한꺼번에 합친 것이다. 권순우가 2세트에 패한 이유나 결정세트에서 두 번 따라붙어야 했던 부담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세트별 흐름을 곁에 놓아야 많은 위너가 어떤 경기에서 나온 숫자인지 보인다. 우승자는 멋진 공을 더 많이 친 선수이면서, 자기 계획이 충분하지 않던 구간을 통과한 선수였다.
호주오픈 첫 경기에서, 우승 다음 질문이 바로 나왔다
1월 14일의 우승으로 권순우는 한국 선수 가운데 처음 ATP 투어 단식을 두 차례 우승했다. 첫 우승은 2021년 아스타나였다. 그러나 1월 16일 호주오픈에서는 크리스토퍼 유뱅크스에게 5세트 끝에 졌다. 애들레이드의 자신감은 멜버른으로 가져갔지만, 다음 상대의 서브를 풀어야 하는 문제는 새로 남았다. 직전 대회 우승이라는 결과와 새 경기의 출발점이 그렇게 맞닿았다.
귀국 인터뷰에서 권순우는 피로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호주오픈 패배를 체력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강한 서브를 가진 상대를 만나면 경기를 잘 풀지 못한다는 과제를 짚었다. 이것은 우승의 의미를 줄이는 반성보다 다음 연습의 방향에 가깝다. 공격적인 랠리를 만들기 전에 먼저 상대의 서브를 돌려놓아야 한다. 첫 리턴이 충분히 살아 있어야 다음 공에서 주도권을 겨룰 기회도 생긴다.
마하치와 드레이퍼를 다시 만나 이긴 기억은 이 후속 패배와 함께 둘 때 더 유용하다. 이미 한 번 진 상대에게도 다시 경쟁할 수 있었다는 증거가 있고, 좋은 한 주를 보냈어도 다른 상대의 무기에는 다시 답해야 한다는 결과가 있다. 한국 선수의 우승을 일회성 기적과 완성된 실력 중 하나로만 고를 필요가 없다. 권순우의 애들레이드는 경기마다 다른 문제를 풀어 쌓은 성과였고, 멜버른은 다음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곧바로 드러냈다.
당시 결승의 공식 하이라이트와 스코어를 함께 볼 때는 권순우가 공격을 끝낸 공뿐 아니라 그 직전의 조건에 주목할 만하다. 자신의 서브로 여유를 만든 구간, 상대가 실수를 줄여 먼저 얻는 포인트가 사라진 구간, 서브를 잃고도 다시 균형을 찾은 구간을 나누는 것이다. 다음 재대결에서도 먼저 볼 질문은 같다. 지난번 잘되지 않았던 첫 리턴이나 공격 진입을 이번에는 경기 속에서 얼마나 자주 만들어 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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